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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이름 속에 담긴 풍경 - 목동이 양치는 들판은 어디로 갔을까

by withmorning05 2025. 7. 20.

지금의 서울 목동이 그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문득 그 이름 속에 담긴 풍경이 궁금해졌습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이미지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양을 모는 소년과 넓은 들판이라는 풍경이 막연하게 떠올랐습니다. .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방송국이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인 신시가지가 과연 목동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간직하게 되었는지 그 내력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목동 이름 속에 담긴 풍경
목동 이름 속에 담긴 풍경

 

1.양치는 소년이 지나던 들판의 이름인 목동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목동이라는 지명은 실제로 양과 소를 방목하던 지역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서울 서남부의 이 일대는 조선시대만 해도 물이 풍부하고 평야가 넓어 목축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직접 기르는 가축을 넓은 들판에 풀어놓고 일정한 시간마다 불러 모아 관리하던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방목을 맡은 이들을 가리켜 목자라 불렀습니다. 지금의 목동이라는 이름은 바로 그 목자의 동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강의 지류인 안양천과 도림천이 이 지역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습지대는 가축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그만큼 이 지역은 도시보다는 농촌과 가까운 풍경을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이 일대는 '신정리 목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만큼 방목지로서의 기능이 남아 있었고 1970년대까지도 서울 외곽의 전형적인 논밭과 초지가 남아 있던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연 환경과 지리적 조건은 그저 지명에 스쳐 지나가는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방목지였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남겨진 마지막 초지의 기억이자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았던 방식의 흔적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름 속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다 보면 그 안에 서 있는 양치기 소년의 그림자와 그가 걷던 들판의 숨결이 느껴질 듯했습니다.

 

2. 목동이라는 이름은 들판이 도시가 되는 시간의 흔적

도시가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풍경입니다. 목동 역시 그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라 새로운 주거지를 필요로 했고 그 결과 목동 일대는 대규모 택지 개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들판과 농지는 빠르게 사라졌고 그 자리에 지금의 목동 신시가지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목동 아파트 단지들은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도시계획에 따라 설계된 구조였고 서울의 신도시 개발을 대표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들판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자취마저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의 목동을 걷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들판의 흔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학교나 공원 자리에 남아 있는 지형의 높낮이와 그 안에 흐르는 물길의 방향은 이 지역이 본래 들판이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안양천은 이곳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의 산책로가 되었고 주변의 수풀과 바람결에는 이따금 옛 풍경이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목동이라는 이름 자체가 들판을 잃지 않으려는 기억의 방패처럼 기능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 붙은 ‘목동 몇 단지’라는 표기는 물론이고 목동운동장 목동아이스링크 목동방송회관이라는 이름도 과거의 흔적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처럼 보였습니다. 도시는 끊임없이 바뀌지만 이름은 그 기억을 붙들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속의 의미를 더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들판은 사라졌지만 이름은 남았습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풍경은 이제 실제 들판이 아닌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더 자주 피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도시가 얼마나 변해도 그 이름 하나로 우리는 다시금 처음 그곳에 있었던 풍경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도시와 이름이 멀어질 때 생기는 간극

목동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마다 떠올리는 풍경은 조금씩 다릅니다. 누군가는 지하철이 지나는 아파트 단지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방송국과 학원이 밀집한 번화한 거리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지금의 목동은 도시의 기능이 명확하게 분리되고 상업과 주거가 정교하게 구성된 신시가지이며 서울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름과 장소 사이에서 느껴지는 간극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양치는 들판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과 지금의 도시 풍경은 쉽게 겹쳐지지 않고 오히려 그 차이가 도시의 변화 속도를 실감하게 만듭니다.

 

서울의 많은 동네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름만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목동이라는 이름은 유독 더 선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풍경이 사라졌을 때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자동으로 떠오르는 들판과 목자의 이미지는 현실의 목동과는 점점 멀어졌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그 간극을 특별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거리와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목동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낯선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 덕분에 우리는 이름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도시의 진짜 이야기를 찾아보게 됩니다. 이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도시와 이름 사이의 어긋남은 과거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지금도 그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름과 장소가 정확히 맞지 않는 그 순간 사람들은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보다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서 우리는 도시와 개인이 맺는 관계를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은 그런 면에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점이 됩니다. 간극은 불편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질문이고 기억이며 도시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출입구가 됩니다.

 

4.들판의 이름이 남긴 목동 도시의 단서들

목동을 걷다 보면 가끔은 예기치 않게 오래된 기억의 조각을 마주하게 됩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단지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고 그 너머로 강변의 풀숲이나 낮은 지대가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 흐르는 바람은 여전히 도시 외곽이었던 시절의 목동을 떠올리게 만들고 어디선가 양치던 들판의 냄새가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물론 지금의 목동은 더 이상 들판이 아니고 사람들은 더 이상 방목을 하지 않지만 그 이름은 마치 땅에 뿌리처럼 남아 여전히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들판은 도시화의 흐름에 따라 사라졌고 목축이라는 생활방식도 더는 이어지지 않지만 우리는 그 이름을 통해 지금도 과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단지 과거의 증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기억의 언어이며 도시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름 하나가 도시의 성격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고 말하는지는 결국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자연에서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던 들판과 방목이 이뤄지던 삶의 흔적은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말과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고 때로는 어른이 되어 찾아간 고향 같은 감정이기도 합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시간의 무게를 느끼고 이 도시에 남겨진 풍경의 조각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름은 단순한 지리 정보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이고 도시와 사람을 잇는 실마리가 됩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변함없이 단지 이름표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었던 들판의 바람과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계속 불리는 한 들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다시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피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