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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지키던 용에서 비롯된 용산의 유래 용산이라는 지명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강가에 몸을 웅크린 채 도시를 바라보는 커다란 용의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서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강을 끼고 앉은 이 땅은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중심이 되는 위치에 자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왜 ‘산’도 아닌 강가에 ‘용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서울의 이름 중에서도 유난히 상징적이고 상상력이 깃든 이 지명의 유래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1.용이 깃든 땅이라는 말의 배경용산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멋을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이곳의 지형과 그 지형이 만들어낸 상상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저는 이 동네를 처음 제대로 인식하게 된 순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지하철 1호선 열차가 한강 다리를 지나며 창밖으로 도시의 윤곽이 펼쳐질 때 용산이라는 역명이 내.. 2025. 7. 21.
동네 이름으로 읽는 서울 한양의 확장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그 도시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서울의 동네들을 걸으며 이름에 남은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가 확장되어 온 방식을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 한양의 확장사를 동네 이름을 통해 짚어보려 합니다. 1.성곽 안에서 출발한 이름의 뿌리한양은 처음부터 거대한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조선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삼은 1394년 이후 도시는 네 개의 산을 끼고 자연스럽게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출발했습니다.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을 따라 성곽을 쌓았고 그 안쪽을 중심으로 궁궐과 관청 시장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구역 안에 모인 이름들은 대부분 관.. 2025. 7. 21.
동대문 밖 시장골목이었던 창신동의 역사 서울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동대문 바깥쪽 풍경이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시장 골목과 오래된 주택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창신동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옵니다. 요즘 서울에서 창신동을 기억하는 방식은 주로 봉제골목이나 낙산 아래의 낡은 골목길처럼 시선을 끄는 장소로서이지만 정작 이 동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왜 ‘창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저 오래된 동네라는 막연한 인상만 갖고 있었는데 동대문 너머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따라 걸으면서 창신동이라는 지명에 얽힌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1.성곽 바깥 삶터로 시작된 동네창신동이라는 이름은 창의문과 신설동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2025. 7. 20.
목동 이름 속에 담긴 풍경 - 목동이 양치는 들판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의 서울 목동이 그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문득 그 이름 속에 담긴 풍경이 궁금해졌습니다 목동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이미지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양을 모는 소년과 넓은 들판이라는 풍경이 막연하게 떠올랐습니다. .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방송국이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인 신시가지가 과연 목동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간직하게 되었는지 그 내력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1.양치는 소년이 지나던 들판의 이름인 목동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목동이라는 지명은 실제로 양과 소를 방목하던 지역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서울 서남부의 이 일대는 조선시대만 해도 물이 풍부하고 평야가 넓어 목축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직접 기르는 가축을 넓은 들.. 2025. 7. 20.
압구정이라는 지명에 숨은 조선 명문가 이야기 서울 강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압구정입니다.쇼핑과 미용 의료 문화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고 한강을 바라보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이어지는 동네지만 정작 이곳의 이름에 담긴 역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압구정이라는 지명은 단순히 현대 도시 개발의 결과물이 아니라 조선시대 한 명문가의 삶과 취향에서 비롯된 이름이었고 그 의미는 지금까지도 한강의 풍경 속에 은은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의 한 인물이 남긴 정자의 이름에서 시작된 압구정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따라가며 서울 동네 이름 속에 숨겨진 역사적 인물의 자취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조선의 고관이 사랑한 압구정 강가의 정자압구정이라는 이름은 조선 전기의 명신 한명회가 세운 정자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 2025. 7. 20.
청계천 물길 따라 생겨난 동네들 이야기 청계천은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도심 속 흐름을 이어온 물길입니다. 지금은 복개가 철거되고 산책로와 분수로 단장되어 많은 사람들이 걷고 쉬는 공간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이 물줄기는 도심의 형태를 만들고 동네를 이어주는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동네들의 이름과 그 유래를 따라가며 물길이 만든 지명의 흔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1.물길이 중심이었던 도성의 구조조선은 한양에 도읍을 정하며 도시를 계획적으로 설계한 나라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백악산에서 흘러내려 남쪽으로 흐르는 자연 하천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청계천은 본래 ‘개천’이라 불렸으며 도성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자연 유수지였고 상수도 기능과 함께 도심 배수 기능을 동시에 맡았습니다.개천 주변에는 궁궐과 관아가 들어섰고 그 .. 2025. 7. 19.